2005년 시즌 종료 후 나왔던 장성호라는 매물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꾸준히 100경기 이상을 나섰고, 3할 이상을 찍어주는 정교함(물론 마지막 2시즌은 반올림해서 겨우 3할 찍었지만)과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힘(순수 파워는 모자라는 편이지만), 그리고 삼진보다 많은 볼넷과 그를 바탕으로 한 4할 이상의 우월한 출루율까지. 한 마디로 잘 치고 잘 넘기고 잘 나가는데 튼튼하기까지 한 그런 타자였다. 그를 바탕으로 장성호는 원 소속팀인 기아와 4년간 42억원이라는 조건으로 성공적인 첫 FA 계약을 이끌어냈다. 괜찮은 계약이었다. 이듬해 장성호는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했으니까. 13개의 홈런은 딱 자신의 평균치였지만 전경기에 출장하며 3할을 상회하는 타율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데뷔 이후 자신의 통산 커리어 최다인 2.18이라는 굉장한 볼넷/삼진 비율로 출루 머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장성호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물론 겉보기의 비율 스탯은 큰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그의 강점이었던 내구도가 사라지며 잔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덩달아 각종 누적 스탯의 하락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그의 하락세는 나이 30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자신의 주 포지션인 1루에서 밀려나기까지 하며 큰 고비를 겪게 된다.
출장수, 안타 숫자, 홈런 숫자, 볼넷 숫자, 타점 숫자, 득점 숫자가 뚝뚝 깎여갔고 연속 3할 시즌의 기록도 무너졌다. 급기야 올해의 장성호는 3할도 치지 못했고, 자랑하던 볼넷 숫자도 평범해졌으며 볼넷/삼진 비율이 0점대를 기록했다. 본래 파워가 모자라는 1루수였던 그에게서 정교한 타격과 많은 볼넷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올 시즌 좌익수와 지명타자를 떠돌며 그가 낸 기록은 고작 7홈런 39타점 40볼넷 42삼진 .284/.378/.424, 이는 1년에 10억 이상을 받는 남자가 보여주기엔 너무도 초라한 수치였다.
그리고 그런 참담한 시즌 이후, 장성호는…
다시 FA를 선언한다.
과연 그는 무엇 때문에 FA를 선언했을까. 지금의 그는 FA 시장에서 각광받는 매물이 아니다. 과연 어떠한 묘수가 있었기에 그는 힘든 길로 가려 하고 있을까. 어떻게 본다면 일생일대의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 FA 선언을 할 때에는 분명 그에 따른 대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단순히 장성호라는 세 글자 이름값만을 믿고, 4년 전 자신의 모습만을 믿고 덜컥 FA를 선언했다면,
그것은 장성호의 착각이라고 단호히 말해주고 싶다.
이제 그는 언제 장강의 뒷물결에 쓸려갈지 모를 평범한 선수임을 자각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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